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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에세이

은퇴 후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feat. 해외살이 2년차 후기

by 저축유발자 2026. 10. 2.

제가 거주지를 한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옮긴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2025년 7월 말에 이사를 했으니 이제 14개월 차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은퇴를 한 것은 아니고 몸만 다른 나라로 옮겨서 원래 하던 자산관리, 금융상품 제안 등에 대한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에 나와서 1년을 넘게 살아보는 입장에서, 은퇴 후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좀 다른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글을 적어봅니다. ^^

처음에 신기하고, 즐겁고, 괴롭고, 실망스러웠던 점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1년이 막 지난 시점이라서 건방지게 아는 척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은퇴'와 묶어서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글이 절대로 은퇴 후 해외 거주를 추천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우선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교육비 등이 지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내지 않아도 될 학교 비용이 발생하면서 저의 생활비는 한국에 비해 몇 배가 늘어났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학교 비용을 제외한 일반적인 생활비만 놓고 보면 아주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한국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줄었습니다.

다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개인이 아닌 국가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에 산다고 해서, 저 스스로 현지 사람들처럼 몇천 원짜리 음식을 먹고 허름한 집에서 살려고 해외에 나와 사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외국에서 살 때에는 한국보다 조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해 이주하는 것입니다. 절대 비슷한 가격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거나,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의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엄청난 맹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50대 중반인 분들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겠지만, 저처럼 40대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아플 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동네 병원이 많아 감기 몸살 등으로 병원을 찾으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와 병원이 많아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크게 아파서 대학 병원을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 과연 가까운 미래에 심장, 뇌 관련된 질병 치료를 지금처럼 쉽게 받을 수 있을까요? >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영리 병원 산업이 발달하여 인도와 중동 등의 부유층이 방문해 최첨단 의료 혜택을 받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외국에 머물며 일정 조건을 맞추면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은 실손보험도 외국에 일정 기간 머물며 조건을 맞추면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은퇴 후 지역가입자로서 매달 30만 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분이라면, 해외 체류를 통해 연간 360만 원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고 그 비용으로 거주 국가에서 수준 높은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암과 같이 중대한 질병에 걸린다면 다시 한국에서 치료받으시면 됩니다. 한국에 입국하면 국민건강보험과 실비보험을 모두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입한 보험에서 지급되는 수술비, 입원비, 진단비 등도 해외 치료 시 대부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에 살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비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짧게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비자에 대한 개념이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오래 체류하려면 거주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저도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보호자 비자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컸을 경우 제가 어느 나라에서든 오래 머물고 싶다면 거주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동남아 국가의 경우에는 거주 비자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이가 들어서 계속 해외에 머물고 싶다면 아마 특정 나라를 정해서 거주 비자를 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언어와 인간관계도 중요합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글자가 알파벳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태국어나 베트남어와는 다르게 몇 번 보면 중요한 생활 용어들은 기억이 나고 이해가 됩니다.

말레이시아는 대부분 영어, 보통화(만다린), 광동어가 잘 통합니다. 그래서 언어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높지는 않습니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기술 발전으로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많이 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어는 어느 정도 하는 것이 좋긴 할 것 같습니다.

삶의 패턴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만나지만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인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는 것이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도 퇴근하면 동네에서 단체로 하는 그룹 운동을 하고 집으로 바로 돌아옵니다. 주말에도 특별히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 누군가를 만나서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분들은 아마도 해외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시차와 비행 거리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차가 적은 나라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의 시차가 1시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단톡방에도 바로 반응할 수 있으며, 부모님과의 전화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비행 거리는 조금 멀어서 약 6시간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가깝지는 않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아프면 바로 한국에 갈 수 있고,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갈 수 있고, 부모님을 뵈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가면 됩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략 3~6개월이라는 마냥 즐거운 기간이 지나면 다들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모든 것에 기대감도 없고, 불평불만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물리적으로 옮겨온 것뿐이지 특별히 좋다, 안 좋다를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좋은 점을 꼽자면 추운 날씨를 겪지 않아서 좋고, 간절기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저의 특성상 간절기가 없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불편한 점은 아이들 학비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고, 작은 일로도 몇천 원만 내면서 병원을 다녔던 한국의 의료 환경이 가끔 그립기는 합니다.

동남아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살다 보니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주변 국가에 가서 머리를 식히고 올 수 있다는 점도 대륙의 중심에 사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60~70대에도 해외에 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의 마음으로는 외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국에서 살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계속 살고 싶고, 해외에서 산다면 당연히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노후 준비에 한 번 더 박차를 가하고 있고, 건강에 더 신경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과 다르게 한국에서 살기 부족한 노후 자금으로 좀 더 싼 동남아 국가에서 살아보자라는 마음에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결국 이동 비용, 비자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에서 산다는 것이 어느 나라든 그렇게 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비거주자 조건을 맞춰서 상속세, 증여세로 낼 돈을 본인의 노후를 위해서 더 사용하면서도 자녀에게 충분한 자산을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3년 차, 4년 차가 되면 또 마음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1년 살짝 넘게 살아본 사람의 건방진 글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